한국 사회는 수도권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지역 성장 모델’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지방도시는 위기 속에서도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으며, 전략적인 산업 고도화와 정주 여건 개선이 핵심입니다. 지금, 지방경제의 잠재력을 재발견해야 할 시점입니다.
지방도시 경제의 현실과 도전 과제
지방도시는 오랜 기간 인구 감소, 일자리 부족, 산업 공동화 등의 삼중고에 시달려 왔습니다. 2025년 현재도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약 52%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지방 도시들은 청년층 유출, 저출산, 고령화의 복합 위기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2024년 기준 전국 시·군·구 중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곳이 무려 118곳에 달합니다. 특히 경북, 전남, 강원 내륙권 도시들의 인구 유출이 심각하며, 고등학교 졸업 후 청년층의 70% 이상이 수도권 대학 또는 일자리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역 내 고급 인력의 유출뿐 아니라, 소비 기반과 생활 인프라 유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산업 구조 면에서는 전통 제조업(조선, 섬유, 기계 등)의 경쟁력 저하가 가속화되었으며, 관광업조차 코로나19 이후 회복 속도가 느려 지역 내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 구조가 붕괴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지방세 수입은 줄고, 공공 서비스의 질도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존 산업 재편뿐 아니라, 지역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청년이 돌아오고 싶은 환경 조성, 생활 인프라 혁신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단순한 외부 기업 유치가 아니라,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하는 자생적 성장 기반이 필요합니다.
성공 사례에서 찾는 지방 성장 전략
위기 속에서도 선제적 전략과 정책 실행을 통해 성장 전환점을 만든 지방도시들이 있습니다. 이들 도시의 성공 공통점은 ‘지역 산업에 맞는 특화 전략’, ‘지자체의 투자 의지’, ‘지속 가능한 인재 순환 구조’에 있습니다.
예시 1: 강원 춘천 – 바이오산업 혁신 도시
춘천시는 강원대, 한림대 등 지역 대학과 연계한 바이오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강원 바이오산업 진흥원’을 중심으로 R&D 지원, 기업 보육, 투자 연계까지 종합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이를 통해 춘천은 수도권 대비 임대료·생활비 등 장점을 살려 청년 창업의 허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예시 2: 전북 전주 – 탄소소재 클러스터 구축
전주는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을 중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탄소복합소재 기술 개발과 실증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향후 방산, 자동차, 항공우주 분야로의 산업 확장이 기대됩니다. 이는 전통 섬유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미래 산업으로 전환한 모범 사례입니다.
예시 3: 경북 포항 – 2차전지 산업 벨트 형성
철강 중심 도시였던 포항은 ‘배터리 특화도시’를 선언하고, 포스코와 연계한 양극재·음극재 소재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기업-지자체-대학이 삼각 협력체계를 만든 대표적 성공 사례로, 연관 중소기업과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시 4: 부산 – 해운도시에서 디지털 물류 도시로 전환
부산은 스마트 항만 시스템, 친환경 선박 기술, 해양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전통 항만 산업을 디지털 해양 플랫폼 도시로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시티 시범구역과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결합되며 도심 공동화 해결과 경제 활력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습니다.
지방도시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 포인트
성공 사례들을 종합할 때, 앞으로 지방도시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 전략은 아래와 같습니다.
- 지역 맞춤형 산업 고도화: 지방마다 가진 산업 기반과 자원은 다릅니다. 단순 제조업 중심이 아닌 기술 기반 업종(바이오, 이차전지, 스마트팜 등)으로 전환해야 하며, 지역 대학 및 연구소와 협업체계를 갖춘 클러스터 구축이 필요합니다.
- 청년 정주 조건 개선: 청년이 머무를 수 있는 도시가 되려면 일자리만큼 중요한 것은 문화, 교통, 주거, 교육입니다. 스타트업 지원센터, 공유오피스, 창업 공간뿐 아니라, 지역 기반 커뮤니티 활성화도 병행돼야 합니다.
- 디지털 기반 인프라 투자: 지방도시는 인구 밀도는 낮지만, 디지털 전환 속도는 빨라야 경쟁력이 생깁니다. 공공행정, 교육, 의료, 교통의 디지털화는 필수이며, 이를 통해 고령 인구와 청년층 모두가 혜택 받는 ‘스마트 소도시’ 모델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 생활 인프라와 복지 균형 발전: 생활환경이 열악하면 청년은 떠나고 고령 인구만 남습니다. 병원 접근성, 지역교육 수준, 육아·보육 서비스는 지방의 미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요소입니다.
- 정부의 지방 분권 실효성 강화: 지방정부가 직접 예산을 운용하고 정책을 설계할 수 있어야 혁신이 가능해집니다. 재정 자율권, 특화사업 선정권, 인재 유치 인센티브 등 실질적 권한 이양이 병행되어야 진정한 지역주도 성장이 이뤄집니다.
지방도시의 경제 성장은 단기 유치 산업이 아니라, 지역의 고유 자산과 인적 역량을 기반으로 한 자생적 생태계 조성에서 출발합니다. 청년이 돌아오고, 기업이 정착하며, 시민이 만족하는 지방을 위해 지금이 바로 장기적 비전과 실행의 시간입니다.